POKER 8. The Major Negative Decisions
포커나 주식시장 같은 확률게임 판에서 오래 지내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적으로 틀린 판단을 매우 자주 따른다는 것입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Gambler's fallacy¶
흔히 "도박사의 환상"이라는 개념으로 수학에서 매우 유명합니다. 독립시행을 따르는 랜덤 베팅에 대해서, 여태까지 특정 결과가 너무 자주 나타났을 경우, 그 다음부터는 반대쪽 결과가 더 높은 확률로 나타날 것이라 믿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주사위를 계속 던지는데 30번 동안 한번도 6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 다음 30번 던지는 동안에는 6이 나올 횟수가 더 높게 나온다고 믿는 미신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독립시행으로 이루어지는 도박은 앞에서 아무리 운이 좋게/나쁘게 나왔든 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확률통계 분야에서 매우 넓게 알려진 기초적인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이걸 계속 믿는 것일까요? 제 추측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ideal sample probability should be based on infinite run¶
사람들은 "당첨확률이 \(p\)인 베팅을 \(n\)번 했을 때, 당첨 횟수의 기대값은 \(np\)다" 라는 것을 다음과 같이 오해하고 있습니다.
Quote
"\(n\)이 충분히 크다면, 그 어떤 경우에도 나의 당첨횟수는 \(np\) 정도 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본인이 베팅하는 횟수 \(n\)조차 별로 크지 않습니다.)
이제 유한하지만 충분히 큰 어떤 추상적인 \(n\)을 잡고, 여태까지 베팅해온 결과가 bias가 좀 있었으니, 이제 나머지 횟수 안에 \(np\) 만큼의 당첨횟수를 채우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포커에서도 엄청 막 치다가 운이 좋게 크게 딴 사람들이 크게 딴 바로 다음 핸드에는 프리플랍 폴드를 하는 등 몸을 사리는 경향이 종종 보이는데,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운이 좋게 땄으니까 앞으로도 이러면 다시 운이 나쁜 일이 터질거야~" 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이건 틀렸습니다. 운이 충분히 없다면, 다소 넓은 시행횟수 안에서조차 실제 기대값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fair coin flip을 한다고 했을 때, 20번 던지고 앞면이 16번 이상 나올 확률은 약 0.6% 입니다. 아예 못 일어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주사위를 몇 백번 ~ 몇 만번씩 던지다보면 그 주사위 결과들을 20개 단위로 묶어서 봤을 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입니다.
>>> from math import comb
>>> binom = lambda total, n, p: comb(total, n) * (p**n) * ((1-p)**(total-n))
>>> sum(binom(20, x, 1/2) for x in range(16, 21))
0.005908966064453125
Forgetting their small frequent winnings¶
본인이 코인플립에서 진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자기가 이긴 건 마치 당연한 것 마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상태입니다. 실제로는 이기고 지고를 계속 반복하다가 가끔 운 없을 때 연속으로 지고, 가끔 운 좋을 때 연속으로 이기는 건데, 이기는 건 기억을 못하니까 자기는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불평을 하죠.
특히 포커 같은 곳에서는 매 베팅마다 동일한 금액을 따는 것은 아닙니다. 팟의 크기가 매번 달라지죠. 하지만 팟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해서 누군가가 이길 확률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코인플립이 있고 "덜 중요한" 코인플립이 있는데, 사람들은 "더 중요한" 코인플립에 매몰된 나머지 본인의 승패 통계의 상당수를 잊어버립니다.
여담이지만 이것은 본인이 바인하는 포커 토너먼트의 바이인 금액 격차가 지나치게 커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불짜리 토너와 54불짜리 토너를 동시에 바인한다거나..) 위에 설명한 착시현상이 생기기도 쉽고, 수학적으로도 한쪽에 본인의 베팅을 상대적으로 "몰빵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Not putting their initial investment on a denominator¶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어떤 베팅에서 크게 따냈을 때, 그 베팅에서 따내기 위해 여태까지 지불한 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 순이익(그리고 더 멍청한 사람들은 손해를 고려하지 않은 이익) 금액만 봅니다.
예를 들어, 8불짜리 토너먼트에서 1500명이 모여서 1등을 해서 1200불을 딴 거랑, 100불짜리 토너먼트에서 50명이 모여서 1등을 해서 1200불을 딴 것은 다른 수학적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진지하게 임하는 유저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난이도를 30배나 뻥튀기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1등을 200번 중에서 1번 정도 한다고 생각하면?
- 8불짜리 토너먼트에서 1등 상금 1200불을 0.5% 확률로 딴다면, "1등 상금으로만 얻는 수익"을 롱텀으로 표현하면 \(+0.75bi\)
- 50불짜리 토너먼트에서 1등 상금 1200불을 0.5% 확률로 딴다면, "1등 상금으로만 얻는 수익"을 롱텀으로 표현하면 \(+0.12bi\)
정말 드라마틱하게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1등 상금이 바인비에 비해 낮은 토너일수록, 상위권을 훨씬 자주 해야 합니다. 50불짜리 토너먼트에서 1등해서 3000불을 얻었어도, 일주일 동안 각 잡고 다른 50불짜리 토너들을 돌렸을 때 다운스윙이 오거나, 막 꼴아박는 플레이를 하면 순식간에 없어질 돈일 뿐입니다.
우리는 "투자비용 대비" 리턴이라는 것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것 관련해서도 다음과 같은 저의 추측이 있습니다.
Reward amount surpasses typical working salary from some moment¶
단순히 위닝 "액수"가 커지면, 어느 시점에서는 평범한 노동소득으로는 해당 돈을 벌기 어려운 지점이 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몇 천불 정도만 되어도 어지간한 평범한 한국인 노동자의 몇 개월치 월급이 나옵니다. 쉽게 말해, "밖에서 아무리 고생해도 벌기 어려운 액수"라는 것이 보상의 체감을 극대화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 것들을 공짜로 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마치 장님 마냥 도파민 중독자가 되어서 사리분별을 못하게 되는 거죠.
도박중독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어떤 것들을 벌기 위한 노력을 가동할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도파민에 자유로운 사람은 아닙니다만..) 가능한 적은 노력으로 큰 보상을 얻는 걸 맹목적으로 좋아하죠. 그 큰 돈을 벌기 전까지 더 큰 액수를 꼴아박는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채..
Becoming worse after big losing¶
사람들은 어떤 베팅에서 (설령 그 사람의 전략이 수학적으로 optimal하다고 하더라도) 운이 없어서 잃은 것들에 대해서.. 손실을 복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든, 단순히 화가 났든 간에, 다음과 같은 행동을 저지릅니다.
- 기본 베팅이 더 높은 higher stakes 게임으로 이동하기(소위 말하는 "윗방찍기")
- AoF 같은 더 강한 도파민을 주는 게임 또는 슬롯/바카라 같은 카지노 테이블 게임을 플레이하기
이런 사람들의 기저 심리에는 다음과 같은 마인드가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Quote
"여태까지 내가 수익을 어떻게 올렸는데, 난 그 노력들을 다시 반복하기 싫어. 여태까지 운이 없었으니까 이번에는 운이 괜찮을거고, 베팅 액수가 더 큰 게임을 하면 그 괜찮은 운을 다시 만나서 나의 손실들을 만회할 수 있을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하고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듭니다. 소수의 몇몇 사람들은 그런 윗방찍기에서 돈을 버는데 성공하겠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루징할때마다 동일한 행동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결국 장기적으로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본 베팅이 더 높은 게임에는 당신의 돈을 잡아먹기 위한 속칭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고, 카지노 게임은 그냥 플레이어 입장에서 불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 아무리 여태까지 뛰어난 계산과 심리싸움으로 도박을 잘해왔다고 하더라도, 위에 나온 잘못된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상을 지니고 있거나 혹은 그렇게 변하기 시작했다면, 도박 전업을 결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프로 포커선수들이 성공하기 전까지 위의 이유들로 인해 파산한 케이스가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사람의 뇌는 확률게임에 임하기에 너무 취약하고, 그렇기 때문에 온전한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