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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 11. The World Administrator

인류가 생겨난 이래, 인류의 집단의 규모와 그 우두머리가 가지는 힘의 크기는 서서히 증가해왔습니다.

과거에는 마을 사람들 몇 십명 정도가 합심하면 부족장을 몰아내고 새로운 우두머리를 추출해낼 수 있었고, 중세 ~ 근대 시대에 물리적인 다툼으로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게 실제로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역사에 크게 기록되었습니다. 현대 시대에 평화적인 비폭력 시위 이외의 방법으로 시민이 권력자를 교체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저는 미래에는 이러한 경향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이러한 내용에 관하여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The military became too strong

아주 오래 전부터 무력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무력의 크기는 옛날 시대에는 아주 넓은 지역에 걸쳐 분산되어 있었으나, 집단의 크기가 시대에 따라 커지면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그 힘이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hiroshima_b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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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당시 사망자는 최소 10만명 이상이었습니다.

미국 정도를 제외한 많은 국가에서는 일반 시민이 총으로 무장하는 것은 불법이며, 식칼 이상의 위력을 지닌 물품을 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시민들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은 법적으로든 다른 어떤 식으로든 막혔고, 비폭력시위 이외의 방법으로 거대 권력에 직접 투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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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홍콩 시위에서 공안이 최루탄을 발사하는 모습입니다. 이 날 사진의 현장에서 72명의 시민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시위대가 저지하고자 했던 홍콩 보안법은 결국 강행되었으며, 시위는 실패했습니다. (출처: NBC News)

국가 간의 무력 서열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로마제국 정도의 예외를 제외하면 나라 하나가 전 세계를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와 전쟁을 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에 있는 전 세계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같은 일부 강국을 제외하면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조차 거의 없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은 이 격차를 더욱 극명하게 만들 것입니다.

순위 국가 군비 지출(B USD) 전 세계 대비 군비 지출 비율
1 미국 916B USD 37%
2 중국 296B USD 12%
3 러시아 109B USD 4.5%
4 인도 83.6B USD 3.4%
5 사우디아라비아 75.8B USD 3.1%
6 영국 74.9B USD 3.1%
7 독일 66.8B USD 2.7%

References

2023년 기준 전 세계의 군비 지출 현황입니다. 1B USD는 2024년 5월 26일 기준으로 1조 3667억원입니다. (출처: Wikipedia)


The tech gap is also getting bigger

단순히 군사분야 뿐만 아니라, 기술 분야에서도 집단이 가지는 위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순위 웹사이트 분야 나라
1 google.com 검색 엔진 미국
2 youtube.com 영상 미국
3 facebook.com SNS 미국
4 instagram.com SNS 미국
5 twitter.com SNS 미국
6 baidu.com 검색 엔진 중국
7 wikipedia.org 위키 미국
8 yahoo.com 웹 포탈 미국
9 yandex.ru 검색 엔진 러시아
10 whatsapp.com 메시징 미국

References

전 세계 웹사이트 트래픽 순위로, SimilarwebSemrush 등의 데이터를 정리한 위키 문서를 퍼온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지구 상의 대부분의 웹 트래픽은 미국 회사로 흐르고 있습니다.

순위 회사 시가총액 국가
1 Microsoft 3.197T USD 미국
2 Apple 2.913T USD 미국
3 NVIDIA 2.618T USD 미국
4 Alphabet (Google) 2.17T USD 미국
5 Amazon 1.88T USD 미국
- 한국 GDP 1.674T USD -
6 Meta (Facebook) 1.213T USD 미국
7 TSMC 829.87B USD 대만
8 Broadcom 652.42B USD 미국
9 Tesla 571.63B USD 미국
10 Tencent 456.06B USD 중국
11 ASML 377.31B USD 네덜란드
12 Samsung 369.29B USD 한국

References

2024년 5월 26일 기준, 전 세계의 기술 회사들의 시가총액 순위를 나타낸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가총액이 미국 회사에 쏠려있고, 특히 한국 GDP가 상위 5개의 회사들의 시가총액보다 낮다는 점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Companies Market Cap)

이 테크 회사들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무시하며, 어지간한 작은 나라들보다 더 파급력이 큽니다. 하나의 개인이 이들이 개발해내는 모든 고도화된 기술을 머릿속에 다 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술적인 면 이외에도, 이 회사들의 정책은 채용 시장의 대부분을 좌지우지하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들의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World Administrator (Political Singularity)

앞에서 설명했듯이 세상은 점점 많은 종류의 힘(경제, 군사 등등)들이 소수 집단에게 편중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습니다. 저는 이 효과가 더욱 커져서 미래에 심지어는 "World Administrator" 같은 극단적인 지위가 출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하나의 사람이 세상의 모든 기술, 경제와 군사 정책을 컨트롤하는 것이지요. 정말 소름끼치는 개념이지만, 저는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Less human needs, more density of power

산업이 발전할수록 사회의 많은 생산과정이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자동차, 반도체 등의 고도화된 산업분야에서 생산라인의 상당 지분을 기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계는 이런 생산과정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으며, 이러한 거대한 생산라인의 총 결정권은 상위 권한을 가진 소수의 관리자에 의해 제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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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산전 청주 1사업장 G동의 스마트 생산라인입니다. (출처: 경향신문)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이제는 사무직을 포함한 "White Collar" 의 다수 직업에도 비슷한 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OpenAI가 제공하는 ChatGPT, DALL-E 등의 서비스는 분야를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며, AI 세무회계 스타트업들 같이 기존 사무직 사람들이 제공하던 일을 AI로 제공하는 사업은 이미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점점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것은, 권력자와 자본가들이 이러한 사람들의 입장을 신경써야 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Global surveillance systems

미국 정부는 이미 XKeyscore, PRISM 같은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에서 민간 사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금순공정(황금방패)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대규모 디지털 검열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전세계의 수많은 웹사이트들은 각종 기술을 사용하여 당신의 웹 사용기록(위치, 검색기록 등)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져들은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사찰 논란에 휘말린 적이 많고, 저는 사실상 진행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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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프로젝트를 내부고발한 전직 NSA 직원 Edward Snowden의 모습입니다. Edward Snowden은 미국 정부의 압박을 피해 러시아로 망명했으며, 러시아 시민권을 획득했습니다. (사진 출처: ABC News / Getty Images)

현대 시대에서 일반인이 외국으로의 이동을 기록을 남기지 않고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국, 홍콩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공항을 통해 출국시 홍채, 지문 등의 생체정보를 인증하는 것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꽤 다녀본 사람이라면, 당신의 생체정보는 이미 여러 국가의 DB에 쌓여있을 것입니다.

이제 정부가 어떤 사람을 각잡고 찾아내고자 하자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영혼까지 털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점점 더 발전할 것이고, 지구상 어디에 있더라도 이 거대한 그물을 벗어나는 것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Stronger military will merge all forces

윗 문단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지금도 전 세계의 군사력은 소수의 강대국들에 굉장히 쏠려있습니다. 앞으로 미래에 핵우산, AI 전투로봇 등이 개발되고 실 운용되면 이러한 편차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저는 종래에는 결국 하나의 나라 혹은 조직이 모든 패권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ossible effects

그런 극단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또는 존재 혹은 소수 집단)이 출현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음모론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런 권력자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낼 수 있는 정책들을 상상한 것들을 나열해보겠습니다.

Every decision is based on singularity

모든 법이 단 하나의 존재에 의해 정해지고, 법정 공방 같은 제도적인 분쟁들도 그런 존재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검사, 판사 같은 것들은 더 이상 자율적으로 결론을 판단하는 존재가 아닌, 그런 최상위 권력의 결정을 대리해서 전달하는 직위가 될 수 있습니다.

Extreme global surveillance

이 세상의 모든 정보, 당신이 보고 말하고 듣는 모든 것들이 데이터로 저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또는 그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가 사람들 주변을 항상 돌아다니면서 촬영, 녹음을 통해 그런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죠. 저는 그런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정부에 호의적인지 아닌지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미디어나 언론도 시스템적으로 검열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Protests are impossible anymore

최상위 권력에 대항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될 수 있습니다. 보통 시위는 소수의 지도자들이 다수의 팔로워들을 지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력한 사찰과 군사 기술력을 기반으로 그러한 소수 지도자들을 찾아내서 고립시키고, 권력에 대항하는 행위의 씨를 말려죽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런 분위기에 가장 가까운 나라는 중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소름돋는 상상이지만, 저는 점점 더 빠르게 일어나는 기술적 발전과 권력의 편중이 이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을 점점 증가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