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THO 12. The Benefits of Good Universities

최근에 디스코드에서 알게 된 게임 인맥들과 자주 음성 통화를 했었는데, 그 사람들과 인생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대학을 가면 얻는 장점들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Disclaimer

무조건 좋은 대학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무조건 능력자라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학벌을 얻는 것과 성공하는 것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을 지 몰라도,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정비례하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다른 좋은 진로 설계가 있다면 그걸 따라가도 됩니다. 애초에 저는 당신의 인생의 방향을 강요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학벌주의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현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호랑이가 아프리카 평원에 조난된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불쾌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그런 현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자체는 완전히 별개인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학벌 얘기는 아주 민감한 주제이기에 이 경고문을 서두에 써둡니다. 학벌에 관련해서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시다면, 그냥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기왕이면 왜 네임밸류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는 정말 너무 많습니다. 지금부터 알아봅시다.


The easiest milestone to evaluate unknown people

어떤 기업들은 채용공고를 올렸을 때 굉장히 많은 지원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지원자들을 대략적으로 한 줄에 세우고 가장 앞쪽에 있는 일부 사람들만을 면접으로 불러들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검증된 스펙 이외의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보고 싶다면, 최소한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몇 시간 정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대충 생각해봐도 2~3시간 정도의 대화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어떤 HFT회사의 최종 면접에 들어갔을 때 사용한 면접 시간은 무려 6시간이었습니다.

만약 지원자가 30명이라면, 모든 지원자들의 능력을 세세하게 평가하고자 면접에 불러냈을 때, 면접관은 60시간 정도의 시간을 "면접"에만 쏟아야 합니다. 100명의 지원자가 있다면 200시간, 1000명의 지원자가 있다면 2000시간이 필요합니다.

References

삼성의 인적성 검사 GSAT의 응시자는 이미 한참 전에 2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누적 인원수가 아니며 1년 동안의 응시 인원수입니다. (출처: 국민대 Bizon)

면접 이후 누가 적합한지를 정리하고 골라내는 과정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며, 이에 추가적인 시간이 요구될 것입니다. 일반적인 근로자가 한 달에 일하는 시간이 160시간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면접관을 여러 명을 둔다고 하더라도, 모든 지원자를 면접에 일일이 불러내는 것은 터무니없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지원자가 많이 몰리는 회사는 1차 평가에서 저렴한 가성비로 지원자들을 평가하여 줄세우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원자의 진면목을 그나마 더 잘 끌어낼 수 있는 고비용 평가는 1차, 2차를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하는 거죠. 학벌은 그런 측면에서 1차 평가를 통과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입니다.

굳이 취직이 아니어도, 좋은 학벌을 지닌 창업자는 그 학벌과 인맥만으로도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투자를 더 쉽게 받습니다. 창업 뿐만이 아니라 대학원 진학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탑스쿨 출신 지원자들은 더 좋은 우대조건을 받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이 그러한 대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일단 머리가 똑똑하고 성실할 것이라고 믿는 편견이 있습니다.


Better human network

사람이 겪는 인간관계나 주변 환경은 그 사람의 행동에 아주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좋은 대학교가 발휘하는 힘은 무지막지합니다. 물론 저처럼 대학생 시절에 인맥을 잘 다져두지 못했다면 의미가 덜한 장점일 수 있습니다.

In economic terms

저는 어릴 때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중학교의 학생들은 절반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 학생들이었습니다. 이후 과학고와 좋은 대학교를 가면서 점점 부자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References

2021년 기준, 서울대학교 장학금 신청 학생들의 55.5%, 고려대학교 장학금 신청 학생들의 51.6%, 연세대학교 장학금 신청 학생들의 41%가 소득분위 9~10분위 학생들이었습니다. 돈이 많아서 장학금 신청을 아예 안 한 학생들까지 포함한다면 고소득층의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출처: 중앙일보 기사)

가난한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더 악착같이 열심히 산다? 그렇지 않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도 열심히 빡세게 공부하고 이것저것 많이 하면서 삽니다. 오히려 제가 홀덤펍을 다니면서 돈도 없는데 막장으로 사는 인생들을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온 학생들은 경제적 관념도 다른 학생들보다 더 뛰어난 편이고, 다양한 많은 경험을 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주식투자나 사업에 관련된 이모저모를 부모님으로부터 배웠다던가, 해외 유학이나 국제학교를 다녀봤다던가, 등등이요. 그런 경험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잘 만나서 어울려서 지내다보면 이런저런 통찰을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n passion terms

제가 있던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평소에는 술 마시고 놀러다니더라도 시험기간(응시 1주일 전쯤)에는 대부분 독서실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고학년 기준이 아니고, 신입생 기준이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빡세게 공부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 관성을 유지했기도 하고, 동시에 학점을 어느 정도 이상 맞춰놓으면 대기업/중견기업 사무직 서류평가라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명한 명문대가 아닌 곳에서도 노력할 사람들은 하고 그 중에서 성공할 사람들은 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비율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생을 열심히 사는 학생들 사이에 섞여있다보면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본인도 어느 정도의 자극을 받게 됩니다. 동기들 중에서 졸업 이후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높아지고, 대학 졸업 이후에도 다양한 경로로 정보나 도움을 주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Quality of curriculums

사실 저도 제가 있던 대학교의 일부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실망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Convex Optimization 수업에서 학생들이 선형대수 기초를 아예 다 까먹어서, 교수님이 강의 초반에 진도를 빼는 대신 선형대수의 기초를 강의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더 안 좋은 대학에 가게 되면 이런 현상은 극단적으로 심해집니다. 제가 게임에서 만난 어떤 친구는 부산의 어떤 대학교의 게임 관련 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보여준 C++ 자료구조 커리큘럼에서는 3달 중 무려 1달을 Linked List 딱 하나를 공부하고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좋은 대학의 경우는 그 반대입니다. 당장 스탠포드, MIT, 프린스턴 같은 곳에서는 아예 공개적으로 강의자료를 배포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자료들을 일부 읽으면서 공부한 subject들도 몇 개 있었는데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어떤 대학의 강의자료의 퀄리티는 그 대학의 교수진들과 평균적인 학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좋은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Various events that you can participate

대학생들은 본인이 어떤 대학교의 소속 학생이라는 것만으로 그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많은 것들을 공짜로 누릴 수가 있습니다. 교환학생, 취업설명회, 학교 연계 인턴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들의 퀄리티는 일반적으로 좋은 대학에서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큰 회사들은 이런저런 대학교에 자기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취업설명회 등을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좋은 회사들은 구직 수요가 많기 때문에 모든 대학교로 취업설명회를 가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는 SKY와 카이스트 정도에서만 취업설명회를 열기도 합니다.

학교 과목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인턴 실습 같은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은 양질의 인력을 저렴하게 데려올 수 있는 기회를 좋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좋은 회사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서두에도 미리 작성해두었지만, 항상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답인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공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로 설계를 치밀하게 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또는 양질의 인적 네트워크를 얻고 싶다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