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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 2. About Game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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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article is migrated from which I wrote on another website.

저는 어떤 컨텐츠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제가 만든 시스템 안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재밌습니다. 그래서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미니게임을 만드는 일을 많이 해왔습니다. 제가 만든 마인크래프트 맵들 중 하나인 "Highliner"는 모장의 렐름 공식 미니게임에 등록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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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Realms 공식 미니게임에 제가 만든 맵이 올라간 모습

그래서 저는 게임 인맥이 유투버 등 유명인들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외로 어느 정도는 있는 편입니다. 실제로 위 맵을 렐름에 올리는 과정에서 해외의 유명한 맵 제작자들 혹은 모장 직원들이랑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예 컨텐츠로 먹고 살 정도까지는 아닌 일반적인 게임 인맥들 중에서는 게임 개발자에 대한 로망과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게임 개발에 대한 제 생각을 쓰고자 합니다. 그런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은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o they really want to "develop" a game?

이에 대한 저의 의견은 "NO"입니다. 게임 개발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도 언리얼 같은 엔진을 사용하여 좋은 게임을 만들고 스스로 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 중 대다수는, 그냥 본인의 스토리나 기획을 녹여내서 전달하고 싶은 거지 "개발"은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C++을 반년 이상 공부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언어 스펙에서 포인터 혹은 그 이상의 개념을 손대지도 않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OpenGL을 한번도 손대보지 않았거나, 언리얼엔진으로 구동되는 매우 간단한 형식의 게임을 만들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개발"이 아니라, "기획"입니다. 그런데 기획자보다는 개발자가 간지/연봉이 더 많아보이니까 게임 개발자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죠. 저는 이걸 분명히 구분하고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rofitable games vs "Ideal" games

많은 게이머들이 리니지식 혹은 모바일 가챠 게임에 대해 비판합니다. 돈이나 쓸어 담아간다고요. 진짜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주고 다양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게임이자, 모든 개발사들이 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하죠.

그런데, 그런 가챠류의 게임이 성장하도록 돕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그런 게임에 돈을 쓰는 유저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유저들은 결코 소수가 아니고, 엄청 많습니다. 사업가 입장에서는 그런 게임을 만들어두면 유저들이 돈을 알아서 써주고, 본인은 그 돈으로 명품 두르고 예쁘고 잘생긴 이성이랑 스포츠카 타고 다니면서 파인다이닝 할 수 있는데, 안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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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모바일 시리즈의 최근 매출 그래프. 세로축은 원화가 아니라 달러입니다. 80억 달러는 10조가 넘습니다.

그리고 그런 게임들이 흥하는 게 한두개도 아닙니다. 엄청 많죠? 그래서 제가 느낀 점은, 그렇게 현질을 해서 타 유저에 비해 우월감을 느낀다던가, 가차를 통해서 도파민을 얻는 부류, 3D 아바타 패션에 목숨 거는 유저들이 엄청 많은 걸 보면, 그런 부류의 재미들이 정말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좀 더 직관적으로 말해서, 그런 돈 잘 버는 게임들의 입장에서는 "게임은 좋은 스토리를 제공해야 하고 어쩌구" 라고 말하는 유저들이 마블 PC주의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시장이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Difficulty of living as game dev

그래서, 어떻게든 게임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사람이 게임 개발을 통한 재미 뿐만이 아니라, 먹고 싶은 음식도 좀 자유롭게 먹고, 여행 가고 싶은 곳도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잖아요? 근데 게임 개발을 하면 정말 그걸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요?

국내 기준으로는,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 같은 1티어 게임 회사들의 상황은 그나마 좋아보입니다. 근데 그것도 배틀그라운드가 충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블마넷 같은 회사들이 과거에 밤늦게까지 "등대"를 시킨 것은 유명하죠?

그럼 해외는 다를까요? 이런 글들을 보면.. 결국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무시한 노력이 들어가고, 그런데 게임 가격은 그만큼 높일 수 없으니.. 다음 중 하나 이상이 됩니다.

  • 게임 가격이 높아지고, 게임 가격이 5000원 올라가는 것조차 민감한 유저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 게임 회사 직원들이 몸을 불살라가면서 개발을 하고, 게임은 성공적으로 출시가 되지만 결국 직원들은 번아웃이 온다
  • 게임 자체의 볼륨이 줄어들고,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이 출시된 게임 곳곳에서 나타난다
  • 비즈니스 모델을 도박성 가챠, 시즌패스 팔이로 확보해서 유저들의 돈을 먹는다

그나마 AAA게임 회사들은 돈 되는 IP라도 확보해둔 상태라 망정이지.. 소규모 혹은 인디게임 회사라면? 워라밸이고 뭐고 목숨 걸고 개발해야 합니다. 암튼 위 선택지들에서 어느 쪽이든 희망적인 건 안 보이네요. 제가 C++ 언어를 주력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게임 회사는 가급적이면 안 가려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들이는 노력에 비해, 돈을 얻기가 너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요즘 백수 상태에서 게임을 좀 하다보니 느낀 점들이 생겨서 써보았습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