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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 8. Protecting Myself

저는 올해 들어서 법적/제도적 싸움을 상당히 많이 진행하였습니다.

  • 업비트에서 정지된 계정을 해제하기 위한 분쟁
  • 조립 컴퓨터 판매 업체를 상대로 소비자원에서 진행중인 분쟁
  • 돈을 안 갚는 사람을 상대로 진행중인 소액소송
  • 디스코드를 개인정보 관련 국가기관에 신고해서 압박을 넣은 사건

어릴 때부터 느낀 점이지만, 학교/직장/사회는 결국 동물의 왕국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만만히 보고 공격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돈을 뺏어가려는 사람들이 세상에 넘쳐납니다. 유독 올해, 가만히 있으면 받았을 큰 피해들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대응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아직 공개가 가능한 범위에서 여러 썰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Disclaimer

저는 특정 사람이나 단체를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Warning

조립 컴퓨터 판매 업체와의 분쟁은 현재진행형으로, 해당 분쟁은 결론이 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본문에 서술하지 않을 것입니다.


Against the biggest Korean crypto exchange

저는 나름(?) 꽤 길게 보유하던 비트코인을 최근에 매도하려고 개인지갑에 있던 비트코인들을 바이낸스를 거쳐 업비트로 입금하였습니다. 하지만 입금이 반영되지 않았고 거래조차 할 수 없었는데, 그제서야 제 계정이 꽤 오래 전부터 정지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제가 과거에 한 비트코인 자산운용사에 소속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회사는 지금 망했고 저는 회사가 망하기 6개월 전에 다른 회사로 이직했지만, 업비트에 접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KYC 직장정보를 수정하지 않았고, 제 회사가 논란의 그 사건을 일으킨 시점에 제 계정까지 일괄적으로 정지가 된 셈입니다. 제가 한창 홍콩에서 일할 때 업비트에서 관련하여 안내 문자를 보냈었지만, 당시 제가 그걸 제대로 읽지 않고 무시했던 것 같습니다.

정지가 되더라도 나중에 무혐의가 잘 입증되면 비트코인은 그대로 돌려받겠지만, 시세가 떨어진 후 받을 충격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대응을 하지 않고 냅뒀다가는 힘들게 불린 1억원이 넘는 돈을 버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저는 업비트 고객센터에 문의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업비트 내부 모니터링팀하고 전화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자세한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으나 제가 해당 회사에 소속되었던 점이 문제가 되었다는 식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앱 내 문의를 보내게 되었고, 업비트가 요구한 문서(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업비트 측에서는 별 진전 없이 기다려달라는 대답만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업비트에 보낸 가장 마지막 메시지는, 시세가 떨어졌을 경우 업비트에서 손해배상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문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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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업비트에 보낸 가장 마지막 문의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저런 제도적 절차를 찾다가, 결국 제가 당시 소액소송을 진행중이던 로펌의 변호사와 상담전화를 진행했습니다. 변호사는 이런저런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낼 것을 제안했고, 200만원을 불렀습니다. 저는 일단 하루 휴가를 내서 업비트 고객센터에 가서 상황을 판단하고,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해당 내용증명 건을 계약하여 소송 빌드업을 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휴가 전날 저녁에 업비트로부터 계정 정지가 해제되었다는 문자를 받게 되었고, 저는 그 이후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을 분할 익절하는 해피엔딩을 맞게 됩니다. 나중에 전 회사 동료분하고도 만날 일이 생겼는데, 그 분도 소송을 준비하셨다고 하더군요.

제가 한 이런저런 행동들이 업비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 영향이 없었을 수도 있겠죠. 제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이 걸린 큰 일이었기에 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여러가지 옵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마인드셋에 일련의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이 일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후 회사 팀원분들에게 80만원 상당(대표님이 반띵해주셔서 40만원 조금 넘게 결제..)의 소고기를 삥뜯기게 됩니다. 고작 이 정도 번 걸로 이렇게 뜯겼는데.. 아마 앞으로는 투자든 뭐든 큰 돈을 벌어도 주변인들한테 아무 말도 안 할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은 시간 순서 상으로는 업비트 관련 사건보다 살짝 예전이지만, 그렇게 큰 사건은 아니라서 두번째 문단에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근로계약서 리뷰 같은 걸로 변호사를 고용한 적은 있었는데, 아예 대놓고 고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한테 돈을 빌려가고 안 갚는 형이 1명 있었는데, 소송 실익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이유들 때문에 고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돈을 빌려가고 안 갚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괘씸했습니다.
  • 합법적으로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공격하고, 또 그런 공격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 고소보다 간단한 지급명령의 경우, 상대방의 집(혹은 사무실) 주소를 알고 있어야 신청이 가능합니다. 지급명령에 필요한 합법적인 신상정보 특정을 위해서 법조인을 고용할 바에, 차라리 제대로 소송을 해서 경험이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고소를 기회로 로펌도 금액대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고용한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은, 김앤장이나 태평양 같은 비싼 대형 로펌이 아니고, 일반 로펌도 아닙니다. 소액소송을 대량으로 처리하는 일종의 박리다매 로펌으로, 기존의 변호사 선임 비용보다 훨씬 싸게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50만원 근처입니다)

그 형은 최근에도 얼굴을 1번 본 적이 있는데, 본인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는지, 제 모습을 보더니 등을 툭툭 두드리고 가더군요.. 이 고소는 현재 진행중으로, 재판에 직접 출석하고 나면 더 자세한 후기를 쓸 것입니다.

아직 고소가 끝난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느낀 점은.. 만만해보이면 이렇게 등쳐먹는 사람들이 세상에 널렸다는 것과, 말로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Saving my privacy

저는 최근 디스코드 상에서 한 유저와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습니다. 잘못했다가는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이었고, 그렇게 깔끔하진 않았지만 양측이 휴전하기로 마무리를 지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디스코드에 써놓은 모든 메시지들을 삭제하기로 결정했고, 디스코드에 제 모든 메시지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디스코드 고객센터로부터 받은 첫 답변은, 제가 잘못된 곳에다가 요청했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매크로 답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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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디스코드 고객센터와의 대화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경한 기조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고, 디스코드가 해달라는 다음 과정을 거쳤습니다.

  1. Privacy package를 디스코드 앱으로부터 요청하여, 며칠 기다려서 메일로 받습니다.
  2. 해당 package에서 메시지 ID들의 목록을 추출하여 디스코드가 요구하는 포맷대로 정제하여 전달합니다.

References

제가 당시 디스코드가 요구하는 절차를 따르는 도중에 작성한 코드는 Github의 McDic/discord-data-package-analyze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디스코드가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다 해줬고 디스코드가 모든 메시지들을 삭제했다고 연락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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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디스코드가 말해준 모든 절차를 따라 리스트를 추출해서 보내주었고, 그에 대해 디스코드가 보내온 답변입니다. 이 답변이 보내진 직후, 디스코드는 제 문의를 "해결 완료" 라벨로 바꾸었습니다.

문제는.. 디스코드가 모든 메시지들을 삭제했다고 통보했지만,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상당수의 메시지들이 삭제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디스코드를 제도적으로 압박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한국인터넷진흥원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디스코드를 신고했습니다. 이후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는 증거 불충분으로 반려 및 재접수 요청을 받았고,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소속 조사관님하고 이런저런 통화를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절차가 이루어진 끝에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서 디스코드 데이터 책임 담당자에게 공문서 이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이로 인한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얼마 뒤 디스코드에서 대한민국 사용자를 위한 개인정보 약관 섹션을 추가했습니다. 더불어 제 메시지가 삭제되었다는 통보도 고객센터를 통해 다시 했습니다. 아직도 삭제되지 않은 메시지가 몇 개 있었지만, 일단 대부분의 메시지가 삭제되었으므로 저도 제도적 절차를 취하하고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느낀 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결국 공무원은 공무원이라는 것.. KISA의 월급루팡 담당자가 반려를 한 것도 그렇고, 특히 위원회 조사관님이 윗분들한테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토로하는 부분에서 공무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만약 제가 미적지근한 대응을 했더라면, 디스코드는 제 메시지들을 제대로 삭제하지 않고 버텼을 것입니다. 영어로 비슷한 사건들을 검색해보니 디스코드를 상대로 강경하게 움직이고 제대로 대응한 사람들만 메시지들을 삭제시켜준 것 같더군요.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경우 확실하게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매 해를 정말 다이나믹하게 보내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본인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당한다고 느낀다면, 주저하지 않고 강경한 대응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